[한경에세이] 소소한 혁신

입력 2020-12-20 18:30   수정 2020-12-21 00:05

스마트폰이 도입된 초창기, 한 지인이 말했다. 카카오톡을 사용해보니 문자는 불편해서 사용 빈도가 줄어든다고. 문자에 익숙하던 때에는 음성 대화를 대신하는 수단일 뿐, 큰 차이점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메신저로 출발한 ‘소소한 혁신’은 그룹챗, 화상챗과 같은 대화의 편의에서 차별을 시작했고, 파일이나 사진과 같은 정보의 빠른 공유를 통해 일상생활에 깊이 관여했다. 나아가 게임, 교통, 음식 주문 및 뱅킹 그리고 모든 비즈니스 판매와 광고까지 관여하는 거대 플랫폼이 돼버렸다.

변화와 혁신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이익 창출을 위한 끊임없는 숙제다. 문제는 혁신이 매우 거창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특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야 이뤄질 것 같은 디지털 혁신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해 성공하는 많은 플랫폼 회사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특징이 있다. 거창한 기술적 혁신보다는 매우 소소한 분야의 프로세스를 클라우드나 디지털 기술로 플랫폼화해 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계비용이 거의 없는 디지털 플랫폼 모델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기업 내부의 수많은 지원 부서는 오랜 기간 콜센터 형태로 업무 지원을 해왔다. 직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정보기술(IT) 기반의 소소한 업무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업무 프로세스를 클라우드에 올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수백 개 회사에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 회사는 기업가치가 10조원이 넘는 비상장회사, ‘데카콘 기업’이 됐다.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 센드버드 역시 기업용 메신저 툴을 제공하며 유니콘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기존 플랫폼 기업들은 쌍방향 소통을 위해 채팅 기능이 필요할 때가 많더라도 소통이 플랫폼의 주요 업무가 아니면 개발 과정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채팅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센드버드가 제공하는 메신저 애드-온(add-on) 기능을 통해 플랫폼 기업은 이제 다양한 형태의 채팅 기능을 손쉽게 추가할 수 있게 됐다.

혁신이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다. 위에 언급한 기업도 상대적으로 소소한 부분의 변화로부터 출발했다. 많은 기업이 필요성은 느꼈지만 시간과 비용의 효율성이 맞지 않아 시도를 망설였던 부분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게 해줬다. 한계비용이 거의 없는 디지털 플랫폼 모델이 가능하게 만든 이런 ‘소소한 혁신’이 가장 혁신적인 스타트업 탄생으로 이어졌다. 해당 기업들에 대한 시장 평가 역시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혁신’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에서 벗어나 소소한 것에서부터 변화를 찾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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